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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9. 1. 31. 04:55[라이알버] 경화수월
시나리오 → https://hicheut01.postype.com/post/1701266
PC → 알버트 알로이스 윌프레드 (@alllup)
KPC →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lakekkon)
~경화수월~
“사랑해, 알버트.”
…번 째의 처음으로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건너, 다시 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꼭 맨 처음 그를 알았을 때처럼요.
그러나 감상에 젖는 것도 찰나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울리는 것은 귀를 뚫을듯한 굉음입니다.
그리고 무언가의 잔해가 당신을 짓누릅니다.
익숙한 압박감.
시끄럽게 울리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의 소리…….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반복한 죽음의 순간입니다.
문득 당신은 이 죽음이 귀찮다고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죽음을 앞에 둔 것치곤 실없는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당신은 …번이나 이 죽음을 반복했고
이제는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니까요.
하지만 그 오랜 반복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있습니다.
그것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
라이오넬의 표정입니다.
점점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는 가운데 당신은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여기서 알버트, 관찰 판정해주세요.
하리 R.:
Value: | 75/37/15 |
Rolled: | 80 |
Result: | Fail |
djt
엇
머쓱 실패로할까요?;
CHEI (GM): 알버트로 한 번 더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99 |
Result: | Fail |
하리 R.: (글럿어글럿어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이니 담아두고 싶었는데……. 하지만 보지 않아도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그 마지막 표정을 보았으니까.
다시 또,
만나러 갈 거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야속하게도 의식이 흐립니다.
당신은 그에게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당신의 의식이 잠기는 것이 그보다 빨랐습니다.
당신은 직감했습니다.
‘나는 죽었다’고.
……
…
두 눈을 깜빡이며 알버트는 천천히 눈을 떠냅니다.
건물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질 것 같았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처럼 멀쩡합니다.
물론 당신의 주변도 전혀 부서지지 않았네요.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겪었던 죽음, 그리고 반복…….
당신은 몇 번이나 죽고 매번 다시 눈을 떠왔으니까.
그리고 죽음 이후에 행할 일도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라이오넬을 만나러 가야합니다.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2시네요.
슬슬 만나러 가지 않으면 늦을 것만 같아요.
알버트는 어떻게 할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몇 번이나 반복된 죽음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마치 생생한 악몽을 꾼 것처럼, 아니. 이제는 악몽이라고 부르기도 무엇한 어제를 보내고 또 한 번 너를 만나러 나간다.)
알버트 윌프레드는 익숙하게 죽음을 떨쳐내고 외출 준비를 한 채 밖으로 나섭니다. 죽음보다도 라이오넬을 만나는 게 중요한 일이니까요. 무려 알버트가 스스로 밖에 나올 만큼.
그런데 집 밖으로 나온 순간 발에 툭하고 무언가 걸립니다.
알버트는 어떻게 합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주워서 살펴본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손거울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거울을 줍기 위해 손을 대자,
거울의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였습니다.
찰나였지만 그건 분명 물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 기이한 상황에 알버트, 이성 판정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5/27/11 |
Rolled: | 10 |
Result: | Extreme |
죽음도 떨쳐냈는데 거울을 잘못 보는 것 정도야 아무렇지 않습니다. 알버트는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잘못 본 모양이죠.
거울은 어떻게 할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일단 주워서 챙긴다.)
당신은 거울을 챙겨 라이오넬을 만나러 다시 움직입니다.
이제는 외울 정도로 익숙한 길을 걷습니다. 길을 헤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당신은 문득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을 떠올립니다. 길 끝에 있을 익숙한 이름의 남자.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위의 생각을 잠시 떠올리다가 당신은 문득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시간을 되돌려 다시 처음 만나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은 언제나 당신을 조금 피했다는 것을. 그는 당신을 조금…… 꺼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좋겠죠. 결국에 그는 당신을 사랑했고,
어떻게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으니까요. 꼭 운명처럼.
익숙한 길을 걸은 끝에 당신은 학교에 도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등교할 만큼 당신은 그리 성실하지 않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라이오넬은 성실한 학생인 것을.
당신은 익숙한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익숙한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언제나 이곳에 똑같은 모습으로 있네요.
알버트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몇 번의 죽음에는 무덤덤해졌지만 너와의 첫만남은 매번 떨린다. 익숙하지만 경계하는 눈빛을 볼 때는 조금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나를 향해 웃어줄 것이라 믿었기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의 옆으로 가 어색히 섰다.)저기…. 여기 자리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의 소리에 슬쩍 쳐다본다. 잠시 동안 말도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조금 달갑지 않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앉아도 상관없어. 그런데……, 아는 사이던가? (말을 놓길래. 하는 뒷말은 굳이 붙이지 않았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각오한 것과 익숙한 것은 다른 지라 슬쩍 시선을 피하고 대답 대신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았다.)…너, 유명하니까 알고 있었거든…. 같은 학년이고 해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흐음. (굳이 자신의 유명세에 대해 묻지는 않는다. 익숙한 일이니까. 대충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가 흥미가 떨어진 얼굴로 툭 말을 덧붙였다.) ……너, 나랑 같은 학년?
알버트 A. 윌프레드: (긴장하고 있음을 숨기지 못 해 잘게 떨리는 손으로 책을 꺼내다 떨어뜨렸다.)어…. 알버트라고 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손이 떨리는 걸 힐끔 보곤 떨어진 책도 한 번 훑어보다가 주워서 알버트에게 건넨다.) 별로 조심성은 없는 모양인데. 잠깐. 알버트? ……아. (짧게 소리냈다.) 그 예의 ‘남작님’ 말이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정말로 첫 만남때 했던 이런 지위따위 원하지 않았단 말은 익숙하게 삼켰다. 비아냥을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서)…고마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맙다고?
알버트 A. 윌프레드: 책 주워준 것 말한거야. …문제라도 있어?(가만히 쳐다보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뭐. 없긴 한데. (떨떠름한 얼굴을 짓는다. 눈치를 못 챈 건가?)
알버트 A. 윌프레드: (그에게 예민한 부분은 차라리 모르는 척 하는게 나았다. 그를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지만 본디 자신은 인간관계 맺는 것을 두려워하고, 문제에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쪽을 선택하는 쪽에 가까우니까.)그래, 그럼. 수업 곧 시작하겠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힐끔 알버트를 쳐다봤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듣는 <라틴어> 교양 과목의 교수가 들어왔습니다.
/desc 교수는 출석 체크도 딱히 하지 않는 것 같네요. 첫날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앞으로의 예정이나 시험에 대한 것을 알려주고 수업을 마칩니다.
걸어온 시간이 조금 아깝긴 합니다.
/desc 원래 수업 시간보다 한참은 일찍 끝났네요.
CHEI (GM): ?
라이오넬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하지? 알버트는 아이디어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85 |
Result: | Fail |
이전의 시간들에서 첫 만남 이후에 함께 근처의 카페로 갔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남몰래 숨을 내쉬고 너를 불렀다.)저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자신 쪽을 향한 소리에 힐끔 쳐다는 본다.) 나? 왜.
알버트 A. 윌프레드: 그게. 그러니까…, 잠깐 시간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허?
그건 왜 묻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그거야 널 꼬셔야하니까 하면 안되겠지…….)그게….(쉽사리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어물거린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팔짱을 끼곤 쳐다봅니다.) 그게?
알버트 A. 윌프레드: 별, 다른 이유는 없지만…. 곤란할까, 역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시간이 없진 않아. 알다시피 수업이 평소보다 일찍 끝났으니까. (잠시간 말을 끊었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쳐다본다.) 그런데 굳이 네게 왜 할애를 해야 하는진 모르겠는데. ……혹시 종교 권유? 아니면 단체 가입 권유라든가.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거 귀찮은데…. 그냥, 같은 수업 들으니까. 친해질 겸…?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겁이라도 줬나. 왜 이리 우물쭈물하는 건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짧게 한숨을 쉬고 말을 뱉는다.) …시간이 있다면 뭘 하자고 할 건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음 수업 있을테니…, 교내 카페라도 어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랬지. 오늘은 휴강이라는 것 같았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입을 다문다.) ……그 정도면 상관없어. 어울려주지.
알버트 A. 윌프레드: (한결같은 말투에 웃어버렸다. 처음엔 이렇게 안 좋아했으면서 그런 말까지 해주는구나, 너는.)내가 살게. 가자.
카페로 향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향한다!)
두 사람은 카페로 향했습니다. 깔끔해 보이는 카페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번이고 들렀으니까요.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입니다. 늘 그랬듯이 창가 쪽의 자리는 비어있네요.
메뉴는…….
에스프레소 - 2000원
아메리카노 - 3000원
카페라떼 - 4000원
고구마라떼 - 3500원
카라멜 마끼아또 - 4500원
라고 되어 있네요. 영국 화폐 기준으로 생각해주세요,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마실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든 상관없는데. 단 건 지금 그다지 생각이 없으니까 저거. (아메리카노를 가리켰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차갑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음, ……뭐. (끄덕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고구마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따라서 앉고는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쪽은 별로 사교적인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데 모르는 사람에게 카페를 가자고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모르는 사람 아니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허…….
그렇군. 그렇게 따지면 나도 여왕과 아는 사이긴 하지. 일방적으로.
알버트 A. 윌프레드: 이제부터 알아가는건 별로인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신기하단 소리였는데? 사교성 없는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니까?(무심코 말을 중얼거린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라고?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눌 때 주문한 음료를 점원이 가져다주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무것도! 나왔네, 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시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자.(아메리카노를 밀어주었다. 정말 사교적인 사람은 어떻게 하루종일 얘기를 하는 걸까 절망적인 얼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고맙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어….(아직 이렇게 착하게 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이 자식이.)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그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괘씸한 생각을 본 것만 같아서.
알버트 A. 윌프레드: …착각 아닐까. 응, 착각이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찔리는 게 있긴 한가 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딱히….(라떼나 홀짝거렸다. 무슨 얘기 하지….)
알버트가 음료를 마시자, 첫사랑에 대한 게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갑자기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알버트 이성 판정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5/27/11 |
Rolled: | 3 |
Result: | Extreme |
단순히 기분 탓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뭐지, 갑자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왜 그래? (쳐다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그냥…. 첫사랑 얘기가 떠올라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첫사랑?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냥 생각나서…? 너는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나‘는’이냐고 묻는 너는?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미 대답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건 뭐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주제를 꺼낸 게 너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그건 좀 치사한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마음에 안 들어? 유감이네.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굳이 나한테서 대답을 들으려는 이유가 궁금한데…. 있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있어? 첫사랑이?
알버트 A. 윌프레드: (대답 대신 라떼를 홀짝였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흥미를 잃은 얼굴을 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그런 얼굴이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말을 하다 마는 누구 씨 덕에.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미 있다고 했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보통은 사연을 말하지 않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으음…, 내 사연보다 네 사연이 더 궁금한걸.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첫사랑에 대한?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흠.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럴 때 아니면 못 물어보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눈을 한 번 굴린다.)
첫사랑, 첫사랑이라…….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내가 잘못한 게 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뭘 잘못했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너한테 말해야 하는 이유가 있던가?
알버트 A. 윌프레드: 방금의 복수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 걸로 하자.
알버트 A. 윌프레드: 치사하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넌 나한테 관심이 많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그러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 (질린 표정을 짓는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잘못 건드렸나. 컵으로 표정을 가리는 척 하면서 조심스레 너의 눈치를 살핀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틀린 말은 아니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미 너는 수없이 들은 말이겠지만.(조용히 컵을 내려놓고 너를 바라보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외하고서 바라보아도 너는 빛났다. 우리가 처음으로 시간을 보냈을 때는 삐툴게 틀어진 시선으로 보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처세술이라 불렀고 너는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 환경 속에서 익숙해진 미움에 그리 발끈했던 이유는 남들이 갈망하는 것을 쥐고도 빛나지 못함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이제서야야 뒤늦게 생각해본다.)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이런 나까지 사랑해줄 정도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느닷없이 들은 말에 조금 당황한 얼굴로 쳐다본다. 예상하지 못한 말. 예상하지 못한 시선. 괜히 긴장이 되어서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 삼켰다가 눈을 슬쩍 피했다.) ……그, 래? (덤덤한 척하려고 했는데 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겠어. 입을 다물고는 괜히 목이 타는 느낌에 자신의 몫의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라이오넬은 음료를 마시자 거짓말에 대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네요. 어떻게 된 걸까요?
음료를 마신 라이오넬, 이성 판정입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Value: | 65/32/13 |
Rolled: | 40 |
Result: | Success |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잠시 움찔거렸다가 입술을 달싹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그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그…… 갑자기 뭐가 생각나서. 별로 중요한 건 아닌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거짓말?
알버트 A. 윌프레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이상하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러게.
(잠시간 망설이다 쳐다본다.) 기왕 생각난 김에 묻는 건데, 넌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갑자기 물어보니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렇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생각에 잠긴 듯 창밖에 시선을 두고 멍해진다.)거짓말…, 잘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다면 들어볼만은 하지 않을까. 조금 이상한 대답인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별로……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거짓말이 네 삶의 본질을 흔드는 거라면?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사실 친자식이 아니라면야 그럴 수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이거 아닌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입을 다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거짓말 한 적도, 들은 적도 잘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거짓말 한 적이 없다고?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렇게까진 극단적이진 않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렇지. 그렇다고 말했으면 네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애초에 할 사람이 별로 없는데, 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친구라든가?
알버트 A. 윌프레드: 없는데….
아, 니나랑은 친구라고 해도 되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니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우리집에서 일하는 고용인 여자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친구……?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친구라기에는 조금 묘한가…. 나만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괴짜 남작을 보는 눈으로 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그렇게 쳐다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다. (음료 홀짝.)
알버트 A. 윌프레드: 맨날 그렇게 쳐다본다니까…….(중얼거리며 음료를 마저 다 마셨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맨날 그렇게 본다고?
알버트 A. 윌프레드: 어? 뭐…, 내가 방금 그렇게 말했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랬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뭐……. 그랬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미심쩍게 쳐다보다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다.) …뭐, 실수할 수도 있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다 마셨으면 계산하고 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그래….(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한다.)
당신들이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향하자
직원이 대뜸 박수를 칩니다
세상에! 여러분이 오늘의 …번 째 손님이라는군요!
직원은 당신에게 일종의 경품으로 근처의 유명한 미술 전시회 관람권을 두 장 건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가 어려운 표라고 하네요.
여기서 알버트 아이디어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48 |
Result: | Success |
…번 째? 이런 이벤트가 있었던가? 오늘따라 이상한 하루란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은 바로 근처인 것 같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얼떨떨하게 표를 받아들고 표와 너를 번갈아보았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왜? 잘 됐네. 네가 써. 네가 오자고 했잖아?
알버트 A. 윌프레드: 갈 사람이 없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 니나 씨? 랑 가든가.
알버트 A. 윌프레드: 니나 휴가 갔는데…. 그리고 별로 안 좋아할걸.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럼 혼자 두 번 가든지.
……아, 아니면 네 첫사랑?
알버트 A. 윌프레드: ……(잠깐 짜식은 눈으로 보았다. 아주 잠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왜?
알버트 A. 윌프레드: ……뭐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방금 이상한 표정 지었잖아.
알버트 A. 윌프레드: 안 그랬어.(뻔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이가 없군.)
알버트 A. 윌프레드: 너 아니면 안 왔을 거니까…. 같이 가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너랑?
알버트 A. 윌프레드: 싫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우리 오늘 처음 만나지 않았던가? 함께 전시를 볼 정도로 친했던 거 같지 않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새삼스러운 우리 관계에 기운이 빠진다.)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야 없지. 너 줄게. 난 갈 사람 없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아니. (당황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왜?(표를 건네주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눈만 핑그르르) …나도 별로 함께 갈 사람은 없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이건 무슨 소리지 눈빛)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왜.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나도 아니고. 의외라서.
…딱히 의외도 아닌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표정을 구겼다.) 무슨 의미냐?
알버트 A. 윌프레드: (어깨를 으쓱이곤 고개를 내저었다.)그럼 갈 사람 없는 사람끼리 갈래, 아니면 다시 돌려줄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도련님이라 그런지 비싼 물건 아까운 법을 모르는 모양이지?
알버트 A. 윌프레드: 가치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참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더 차이면 슬플거같아.(농담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안 차인다고 하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럼 기꺼이 외출을 감행하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가 가주는 것처럼 말하지 마, 윌프레드. 네가 정 바란다면 시간을 내주는 것뿐이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 그래. 고마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더 고마워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건 확실하게 날짜와 시간을 잡아주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오늘은 시간이 비어. 거리도 멀지 않은 것 같으니 이 정돈 갈 수도 있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전과 다른 일상이지만 아무려면 어떨까. 너와 함께인데.)그럼 가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뚱한 표정을 짓는다.)
두 사람은 미술관으로 향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택시 괜찮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도련님이란……. 하는 눈으로 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걷거나 버스는 체력이 못 받쳐줘서 그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연약하구나, 윌프레드.
알버트 A. 윌프레드: 새삼스러운걸.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나한텐 처음이거든?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그렇군. 그렇네. 응, 그럼 더 힘내야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택시 타자. 무리하지 말고.
알버트 A. 윌프레드: (끄덕끄덕. 핸드폰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과학이란 좋네요. 알버트는 택시를 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왔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택시에 타고 목적지를 말한다.)
기사는 가까운 거리라서 조금 당황한 것 같지만 목적지까지 운전합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두배로 내줘야하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생각이 뻔히 읽히는데 읽히는 생각이 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들이라 어이가 없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그런 눈으로 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고개를 돌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내린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따라 내린다.)
죽음을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미술관이 보입니다. 당신에게 동네의 지리는 친숙할 터이지만 어째서인지 이 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이 어색하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통째로 이 미술관을 빌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입구로 향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일단 들어갈까?
(들어가기 전에 관찰 가능할까?)
하셔도 좋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88 |
Result: | Fail |
(침침..)
역시 낯선 건물이란 느낌만 받습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가자.
알버트 A. 윌프레드: 혹시 여기 와본 적 있어? 근처라거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이 주변은 익숙하지만 이 미술관은 처음 온 것 같은데…….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도 오랜만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런 곳이 있었나 해서…. 착각인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그러고 보니 좀 낯선 것 같기도 하고.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자주 안 나오는 탓인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방구석 폐인?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럼 그냥 폐인?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라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아무래도 좋지만. (어깨를 으쓱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일단 들어가기나 하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들어간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따라 들어간다.)
입구로 가 표를 내고 입장하니,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팜플렛은 따로 없나?)
마땅히 보이지 않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으음, A관부터 가볼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분수대 말고? 좋을 대로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분수대도 볼거야?
마음대로 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아니, ……그럼 어차피 중앙이니까 분수대부터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 그럼.(분수대로 걸어갔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예쁘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확실히…….
알버트 A. 윌프레드: (조금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할 수 있을까.)
관찰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관찰해본다.)
Value: | 75/37/15 |
Rolled: | 66 |
Result: | Success |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오, 이런 곳에도 동전 던지기가 있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던져보게?
알버트 A. 윌프레드: 자신은 없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보통은 소원을 비는 거던가. ……실패한다고 저주에 걸리진 않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렇기야 하지만…. 그럼 시도는 해볼까.
동전 던지기를 시도해보려면 민첩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0/25/10 |
Rolled: | 38 |
Result: | Success |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의외라는 눈;)
알버트 A. 윌프레드: (들어가놓고 얼떨떨한 눈;)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들어갔네. (의외라 반응하는 걸 잊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러게…. 지금 소원 빌어도 되는건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마도. ……빌 소원 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응.(눈을 감고 우리의 끝을 네가 슬퍼하지 않기를 빌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소원을 비는 알버트를 눈에 담았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눈을 뜨고 너를 보았다.)너는 안 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나? ……네가 넣었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안 던져보냐는 얘기였는데, 음. 소원정도는 같이 빌어도 되지 않을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 난 또. ……네가 넣었으니까 그걸로 됐어.
알버트 A. 윌프레드: 하긴 넌 소원을 빌기보다 성취하려 움직일 것 같긴 해. A관으로 가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작게 웃곤 A관으로 향한다.)
알버트도 함께 가는 게 맞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렇습니다;)
A관에는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관찰판정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58 |
Result: | Success |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분수대에서 보았던 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작품을 본 알버트, 아이디어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25 |
Result: | Hard |
어쩐지 알버트가 집을 나오면서 주웠던 그 거울의 모양과 비슷한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거울을 꺼내본다.)
비슷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뭔데? 거울?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집 앞에서 주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주웠다고……? (거울을 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도 모르게 주워왔는데….
아는 사람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봤어. 어쩐지 저기 있는 거랑 비슷해 보여서?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도 그렇게 생각중이야….(거울과 조각상을 번갈아본다.) 신기하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흐음…….
알버트 A. 윌프레드: 다 봤어? 다른 곳도 둘러볼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넌 다 봤고? 그럼 그래. 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B관으로 이동한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만 보낼 수 없으니 따라가자!)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시 관찰을 해보자.)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6, 68, 59 |
+2: | Extreme |
+1: | Extreme |
0: | Extreme |
-1: | Success |
-2: | Success |
하리 R.: 아이고;
다시할게요
CHEI (GM): 네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18 |
Result: | Hard |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했습니다. 다가가 보니,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남자가 이전 관에서 줄곧 봐왔던 꽃의 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알버트 A. 윌프레드: (무슨 꽃인지 알 수 없을까….)
교육, 과학(식물학), 자연 판정 중 하나를 성공하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87 |
Result: | Fail |
(편중된 지식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문학을 사랑하는 남자는 꽃은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왠지 신경 쓰이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가?
알버트 A. 윌프레드: 저 꽃. 아까부터 계속 보이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무슨 꽃인지가?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이 꽃이 테마인가? 싶기도하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음.
Value: | 70/35/14 |
Rolled: | 6 |
Result: | Extreme |
이스터브룩 선생님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꽃이 상사화라는 것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상사화 같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디서? (笑)
알버트 A. 윌프레드: 들어본게 아니고 본건가. 책에서 본 것 같네. 저렇게 생긴 줄은 몰랐지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꽤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꽃이름이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슬퍼?
알버트 A. 윌프레드: 상사병부터 떠올라서 그런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 (꽃을 물끄러미 눈에 담는다.) …그렇게 보면 슬픈 것도 같군.
알버트 A. 윌프레드: 보통 저런 이름이면 관련된 전설도 있지않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전설까진 잘 몰라. 허구에 그리 관심이 없어서.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답네. 다 봤으면 다른 곳 가볼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나 답다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C관으로 가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C관으로 향한다.)
이상한 말이었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조금은. 네가 날 잘 아는 것처럼 말했으니까.
C관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전체적으로 둘러본다.)
음….(잠시 공예품을 둘러보는 척 생각하다 덤덤한 척 말한다.) 그야, 유명인사니까? 어느정도 들리는 얘기도 있고.
당신은 둘러보다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너 사실 소문에 별로 관심 없는 타입 아냐? (물끄러미 쳐다본다.) 애초에 말을 들을 친구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무리 친구 없어도 귀는 있거든.(핀잔주는 척 하며 문스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눈을 가늘게 뜬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못 본 척..)
문스톤을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만져보자.(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어?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기이한 현상에 이성 판정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5/27/11 |
Rolled: | 69 |
Result: | Fail |
……?(당황해 재차 시도해본다.)
이게 뭐지? 원리를 알 수가 없습니다. 괜히 신경 쓰입니다. 1만큼의 이성을 잃습니다.
다시 손에 대보았으나 여전히 닿지 않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뭐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가?
알버트 A. 윌프레드: 저 문스톤 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라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뭔가 효과로 모양만 만들어 놓았다든가?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가…? 별게 다 있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예술이란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러게. 확실히 비싼 값 한가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끄덕끄덕.) 덕분에 이런 것도 보고. 고맙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뭐. 그럴 것 까지는 없는데.
…재밌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땠을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난 네가 아닌걸.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넌 어땠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좋았지. 너 아니면 안 왔을건데 동전 던지기도 성공해보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흐음. 그럼 나한테 고맙겠네?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그렇다고 해둘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빚진 거야, 알버트 윌프레드.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음에 갚을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뭘로?
알버트 A. 윌프레드: 뭐로 갚았으면 좋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글쎄. ……천천히 생각해볼까. 나한테 빚진 걸 후회하게 해주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정말. 적당히 해줘, 적당히.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키면. ……일단 돌아갈까. 더 둘러볼 곳도 없는 것 같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 오래도 나왔네…….
알버트 윌프레드의 건강을 생각하면 오래도 나와 있었습니다. 미술관을 나가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만 나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더 볼 곳 도 없는 것 같으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미술관을 나간다.)
어느 정도 관람을 끝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붉게 물든 채네요.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하는 때가 온 거겠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느 쪽으로 가? 함께 같은 방향이면 걸을까 싶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같이 가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럴까.
알버트 A. 윌프레드: (웬일로 얌전하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그냥. 처음보다 되게 날이 가라앉았다고 해야하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걸 본인 앞에서 말하는 걸 보니 너 정말 친구가 없긴 하구나. (툭 말을 뱉는다;) …왜, 이상해?
알버트 A. 윌프레드: 이거 보통은 말 안 하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글쎄다. 보통은 안 하지 않아?
알버트 A. 윌프레드: 보통을 잘 모르겠어서.
그렇군…. 처음에 너 되게 재수없었어도 보통 말 안 하는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이 자식이.
알버트 A. 윌프레드: 지금은 안 그러는걸.(뻔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나도 네가 되게 이상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은 것 같길래.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가.
역시 보통을 잘 모르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보여. (솔직.)
……그래도 싫지 않다고 말하고 있잖아?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처음보단 네가 좋아진 것 같다고.
알버트 A. 윌프레드: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이 첫날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열어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당신은 조금 놀랐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이전의 시간들보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의 표정이 조금 변합니다.
그는 꽤 놀란 것 같은 얼굴을 했다가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칩니다.
“……알버트!”
이름만 부른 건 오늘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이런 때가 아니면 기뻐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때만 아니었으면요.
하필 오늘. 오늘 같은 날에 이렇게 빨리 죽을 필요는 없었는데. 울컥하고 당신의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어보니 만져지는 것은 깊숙하게 박힌 식칼입니다,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저 멀리 도망치는 누군가의 뒷모습.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당신은 그저 살해당하는 건 오랜만이란 생각이 듭니다. 죽음은 질릴 정도로 익숙해졌으니까요.
그렇지만 평소와는 역시 다르네요. 죽음이 너무 빠릅니다. 매번 죽기는 했어도 첫날에 죽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모르겠습니다. 사고가 점점 둔해지는걸요.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라이오넬이 보입니다. 놀라서 꼭 울 것 같은 표정은 매번 보던 그 얼굴입니다. 어쩜 매번 같은 표정만 짓는지.
여기서 알버트 잠깐 관찰 혹은 심리학 판정을 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65 |
Result: | Success |
그는 정말로 괴로워 보입니다.
이렇게 빨리 죽어서 조금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괜찮을 거예요. 다시 만날 테니까. ……또 만나러 올 테니까요.
몸이 점점 기울어 곤두박질치기 직전 우직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렸습니다.
……
…
두 눈을 깜빡이며 알버트는 천천히 눈을 떠냅니다.
순식간에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던 칼날이나 고통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몸은 멀쩡합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도 없이 겪었던 죽음, 그리고 반복…….
당신은 몇 번이나 죽고 매번 다시 눈을 떠왔으니까.
그 죽음 이후에 행할 일도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번에도 라이오넬을 만나러 가야합니다.
CHEI (GM):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2시.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2시.
……2시?
무언가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라이오넬을 만나기 전의 상황은 모두 같았습니다.
바깥의 풍경, 날씨,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낍니다. 알버트, 이성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4/27/10 |
Rolled: | 71 |
Result: | Fail |
1d2 추가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
rolling 1d2
()
1
1
알버트는 1만큼의 이성을 소실합니다. 무언가가 불안합니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때 알버트의 귀에 낯선 벨 소리가 울립니다.
Rrrrrrr.
Rrrrrrrr.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가 울리고 있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당황함을 숨기지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아)…여보세요?
당신이 전화를 받았으나 상대편은 조용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소리를 내자마자,
뚝.
전화가 끊어집니다.
여기서 알버트 아이디어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25 |
Result: | Hard |
수없이 많은 반복 중에서 집 전화의 벨이 울린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전화의 벨 소리를 잊어서 방금 들었을 땐 낯설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당신은 루프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합니다.
알버트 이성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3/26/10 |
Rolled: | 60 |
Result: | Fail |
1d4를 추가로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
rolling 1d4
()
2
2
2만큼의 이성을 소실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불안합니다.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자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확인해보니 그것은 어제, 아니, 이전의 ‘오늘’ 집 앞에서 주웠던 손거울입니다.
……어째서인지 분명 깨끗했던 거울 표면에 금이 가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죽기 직전 들었던 소리가 이 거울이 금이 가는 소리였나…?)
오늘은 이전 시간들에 비하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게다가 늦잠도 자버렸으니 어서 만나러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알버트 A. 윌프레드: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간다.)
당신은 택시를 불렀습니다. 택시는 당신을 태우고 움직입니다.
이제는 외울 정도로 익숙한 길을 지납니다. 길을 헤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당신은 문득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을 떠올립니다. 익숙한 이름의 남자.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위의 생각을 잠시 떠올리다가 당신은 문득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시간을 되돌려 다시 처음 만나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은 당신을 조금 피했다는 것을. 그는 당신을 조금 꺼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좋겠죠. 결국에 그는 당신을 사랑했고,
어떻게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으니까요. 꼭 운명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는 학교에 도착합니다. 알버트는 어떻게 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일단 강의실부터 가본다.)
당신은 라이오넬과 만났던 곳으로 향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언제나 만났던 곳이니까 어쩌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그러나 강의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업이 이미 끝나서인지 텅 비어있습니다. 라이오넬도 보이지 않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교내 카페로 가본다.)
깔끔해 보이는 카페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번이고 들렀으니까요.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입니다. 늘 비어있던 창가 자리는 누군가 앉아있네요.
어떻게 할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어디에 있는거야 라이오넬. 이제 네가 없는 하루는 익숙하지 않는데. 생각에 잠기다 미술관에 가보기로 한다.)
당신은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도착한 넓은 미술관이 적막하기만 하네요.
라이오넬의 부재가 느껴집니다. 입구로 가면……. 그러고 보니 오늘의 당신은 표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입구로 가보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가본다.)
입구에 다다르자, 표에 대한 고민은 해결됩니다. 이전에 깔끔한 매표소에서 당신을 맞았던 직원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직원은커녕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난잡하고 을씨년스러운 매표소 내부가 보입니다. 표를 받을 사람도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대체, 이게 무슨.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A관부터 들어가본다.)
A관으로 향했습니다.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B관으로 가본다.)
B관으로 향했습니다.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C관으로 가본다.)
C관으로 향했습니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전화를 걸어볼 수 있을까?)
걸어 보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돌아갔던 길을 걸어본다;)
아니 전화를 걸어보라는 소리였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전화 걸자;)
당신은 기억하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의 전화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는 가는 것 같습니다.
……
…
전화는 받지 않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C관에 관찰 판정 가능할까?)
하셔도 좋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73 |
Result: | Success |
당신은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빛바랜 듯한 흐린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당신은 문득 내용이 바뀐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포기하지 못 하는 거야?]
알버트 A. 윌프레드: (안내문에 관찰 판정 가능할까?)
원한다면!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98 |
Result: | Fail |
(B관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자.)
안내문은 안내문일 뿐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B관에 관찰판정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31 |
Result: | Hard |
B관을 살펴보자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가가 보니,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남자가 상사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꽃은, 저번보다 시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의 꽃이 어떻게 시들지?
알버트, 이성 판정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1/25/10 |
Rolled: | 61 |
Result: | Fail |
1만큼의 이성을 소실합니다. 어쩐지 신경 쓰입니다. 어떻게 시든 걸까요.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알버트 A. 윌프레드: (만져볼 수 있을까?)
천천히 살펴보자 당신은 한 가지 더 발견했습니다.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어야 했는데.]
만져 보아도 좋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만져보자)
평범한 그림의 감촉입니다. 다른 것이 느껴지진 않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A관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자)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상사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조각상에는 조금 금이 가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알버트 A. 윌프레드: (작품 설명은 없나?)
관찰해볼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70 |
Result: | Success |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거울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꽃을 가둬야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나가서 분수대를 관찰해본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드문드문 끊기며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그리고 가운데는 이전보다 조금 시든 상사화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꽃 동상이, 시들 수 있던가?
꼭 아까 보았던 작품이 생각나네요.
관찰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75/37/15 |
Rolled: | 46 |
Result: | Success |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다 담기지 못할 정도로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해보자. 항상 있었던 '그 날'이 맞나?)
항상 겪었던 날입니다. 날짜로는.
알버트 A. 윌프레드: (아이디어 판정 해보자.)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60/30/12 |
Rolled: | 49 |
Result: | Success |
어쩌면 세세하게 무너졌던 일상과 관련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직감했던 것처럼 루프 자체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미술관에 라이오넬은 없네요.
미술관 밖으로 나가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일단 나가본다..)
당신은 라이오넬을 찾지 못하고 미술관에서 나가고자 입구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실망감을 끌어안고 발을 옮긴 그때, 저 멀리 입구 건너 보이는 것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윌프레드?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여기에…, 아니 왜 전화 안 받았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여기에 온 건…… 널 찾기 위해서였고, 전화는……. ……전화? 내 전화번호 알아?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그전에. 여긴 어떻게 온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떻게냐니.
알버트 A. 윌프레드: 말 그대로야. 날 찾으러 왔는데 왜 여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돌아다녔어. 어제, 아니 어제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전’의 오늘 너랑 있었던 곳을. 여기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야.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사람이 눈앞에서 죽었으니까 걱정이 되어서…….
알버트 A. 윌프레드: 그게, 무슨. 아니. 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너도 시간이 돌아가는걸 느끼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너‘도’?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는, 나만…. 나만 항상 반복하는 줄 알았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잠깐, 항상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기억하는 건 바로 직전에 있던 일뿐인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잠시간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길게 한숨을 쉬곤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아, ……무튼 무사했으면 됐어.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온 거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뭔가, 뭔가 다른 점 없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뭐가.
알버트 A. 윌프레드: 뭐라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난 네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는 왜 네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알버트 A. 윌프레드: 이전의 오늘로 돌아왔다는 것을 믿지 않는건 아냐. 다만, 뭔가 숨기는게 있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 건… 없어.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뭘 바라고 부르는 건데?
…
알버트 A. 윌프레드: 알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널? 고작 하루 봤을 뿐이야.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데 왜 그렇게 떨떠름하게 반응해.
고작 하루 본 나를 이렇게 찾아다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말했잖아. 사람이 눈앞에서 죽으면 누구나 신경을 써. 그게 다야.
알버트 A. 윌프레드: (심리학 판정해보자.)
그래, 해보자!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0/25/10 |
Rolled: | 68 |
Result: | Fail |
(강행하자;)
역시 알버트 윌프레드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판정해보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0/25/10 |
Rolled: | 63 |
Result: | Fail |
라이오넬은 이제 당신이 마음을 읽을 틈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부탁이야. 제발.
이제 그만 끝내고싶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나한테, 부탁해도…….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는게 있으면 말해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문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뭘 알고 있는거야?
왜 숨기고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너는 이럴 때만 눈치가 빠르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내가 널,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닌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렇군.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리고 티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가 티 나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내가 알면 곤란한거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말 할 것 같아?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니. 그러니까 부탁하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이렇게 몰릴 줄은 몰랐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넌 나한테 약하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이가 없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말 안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러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째서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냥 단 하루만 아는 나로 있고 싶으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무슨 의민지 모르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모르는 채로 살아.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러고 싶지 않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유감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째서인지 모르겠어.
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있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잠깐 하늘을 쳐다본다.)
이만 돌아갈까. 네가 또 죽지 않게.
알버트 A. 윌프레드: 가지마.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같이 가잔 소리야. 이리 와. 혹시 죽을지도 모르니 데려다 줄테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우리 계속 같은 곳만 맴돌고 있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이제 그만 하고 싶어.
죽는게 무서운게 아냐. 지긋할 정도로 익숙해. 이번엔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이 숨 쉬는 것같아.
하지만 매번 괴로워하는 네 얼굴이 더 힘들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다음에 또 너를 보러 올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하지만 결국 임시방편이잖아. 다시 너를 만나도, 나는 또 죽고. 또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또 처음으로 돌아가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이지만, 불행하게 죽고 싶진 않아. 언제가 될지 몰라도 웃으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그래…….
알버트 A. 윌프레드: ….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말해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았어. 네말대로…… 분명히. (어렵게 웃는다.) ……그래.
…….
알버트 A. 윌프레드: …알겠어.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응.
알버트 A. 윌프레드: (지쳤다….)어디로 갈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글쎄. 일단은 널 데려다 주고…… 돌아갈 생각이야.
알버트 A. 윌프레드: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라이오넬을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건지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인지, 어느덧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오늘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 이전과는 달리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이 듭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도착했으니 이만 가볼게.
알버트 A. 윌프레드: 같이 가. 아닌가, 좀 위험하려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널 데려다주러 온 거잖아. 또 쫓아오면 어쩌잔 거냐?
알버트 A. 윌프레드: 좀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 윌프레드 맞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새삼스럽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가 너랑 안 어울리는 말을 했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냥, 불안해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나는 진심으로 네 행복을 바라.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럼 네가 필요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좋은 꿈 꿔라.
알버트 A. 윌프레드: ……잘 가.
고개를 들면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제대로 된 해답을 주지도 않고 떠나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집으로 들어갈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옳은 선택일까. 이게 맞는걸까. 불안감을 지우지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Rrrrrr.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 소리.
Rrrrrrr.
알버트 A. 윌프레드: (전화를 받는다.)
전화 건너편은 고요합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뚝.
전화는 끊깁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확인해본다.)
1월 17일, 음성 메시지 1건.
[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다. 알버트 알로이스 윌프레드가 늘 그렇지.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댈 거라곤 생각하긴 했다만.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중요한 건 그래서 늘 집 전화 같은 건 확인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단 거지. 그러니 네가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넌 모를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러니 너한텐 하지 못하는 얘기를 남기기로 했어. 일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도록 해,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음 메세지를 확인한다.)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이번엔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너한텐 이길 수가 없더군. 당연한 거겠지. 내가 너한테 이길 수 있을 리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어. 분명 바라던 대로 된 건데도 만족할 수 없다는 건 욕심이 많은 탓인지, 혹은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 탓인지 모르겠다. ……, ……미안해.]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음 메세지를 확인한다.)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신이란 존재가 원래 그런 건 알고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원망하게 되는 건 너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겠지. 이럴 거였다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널 다시 만나지 못한 게 너의 구원이었다면. (짧은 공백 사이의 흐느낌 같은 숨소리.) ……거짓말이야. 이것도 자기기만이니까. 알버트, 그래도 나는 보고 싶었어. 너를 만나고 싶었어. 그래서 모든 게 엉망이 될 걸 알면서도 다시 너를 만나러 가고, 다시 또 다른 처음을 반복하고……. 네가 나를 원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원히 용서하지 않길 바라.]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는….(다음 메세지를 확인한다.)
1월 17일, 음성 메시지 1건.
[또 네가 죽었다. 이걸로…… 몇 번째였지. 세는 것도 잊었다. 기억하려고 하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잊었어. 비겁한 건 나도 알아. 알버트, 너는 이 저주 같은 나날의 처음을 기억해? 나는 기억해. 그건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어. 전부 내 탓으로 시작된 거니까. 세계를 바쳐도 좋으니 너를 살려달라고 했어.]
[……네가 이걸 듣지 못해서 다행인건지, 아니면 알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내가 지독한 짓을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나는 너를 다시 만나고 싶었어. 다시 너를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핀잔을 주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알버트 A. 윌프레드: (왠지 모르게 다음 메세지를 누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기심, ……이지.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다시 나를 만나러 와주는 너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것은 단지 보기 좋은 핑계에 불과하니까. 만나러 가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실은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네가 잊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는 무언가를 감수할 만한 인간이 되지 못해.]
[그러니 매번 나를 만나 죽다보면 언젠가 내 존재조차도 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러길 바랐어. ……아니, 이건 거짓말이군. 잊지 않길 바랐어.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곁에 있었으면 했어.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이 꼭 운명과 같다고 착각하게 되어서……. (소리가 끊어졌다.)]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이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음 메세지는 없을까?)
재생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누르자.)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한참 동안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네게 이런 운명을 주고 싶었던 게 아냐.]
알버트 A. 윌프레드: 알아.(들리지 않을 답을 한다.)
계속 재생하나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재생한다.)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네가 살해당했다.]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이번에는 익사.]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목이 잘렸다.]
1월 17일, 음성 메시지 1건.
[총에 맞아 죽었어. 너는 총을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압사.]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질식사.]
1월 17일, 음성 메시지 1건.
[추락사.]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간헐적으로 숨을 참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울음소리 같은 것이 섞여있다.)]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이건 다 내 잘못이야. 내…… 나의.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어. 내가…….]
1월 17일, 음성 메시지 0건.
1월 18일, 음성 메시지 0건.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내가 너를 죽였다. 전부 내 탓이니 책임은 내가 져야 해. ……아. 네 죽음을 볼 자신이 없어. 이젠……. 네가, 알버트 윌프레드가 그렇게 쉽게 죽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어. 네가 죽은 세계를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모든 게 엉망이 되었지. 끔찍하게. 이젠 무엇을 목표로 했던 건지도 기억이 안 나. 의지도 목표도 다…… 모르게 됐어. 모르겠어, 알버트.]
1월 17일, 음성 메시지 1건.
[……사랑해, 알버트.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인데 이 말은 언제나 너를 죽이지. 언젠가 말로 남겼던 것 같은데 그때 너를 보고 싶었다거나 일상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던 건 거짓말이야. 그것으로는 부족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면 너는 이렇게나 죽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 나는 네게 사랑을 말하고 싶었고 너를 잡고 싶었어. ……너를 사랑하고 싶었어.]
1월 18일, 음성 메시지 1건.
[……너를 사랑하고 싶었는데.]
음성 메시지를 듣고 진실을 알아버린 알버트는 이성 판정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0/25/10 |
Rolled: | 53 |
Result: | Fail |
1d6+1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
rolling 1d6+1
()
+12
3
죽음의 원인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왜 당신이 죽게 된 것인지 모든 것을 알아버린 알버트는 공포를 느낍니다. 이성 3을 소실합니다.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탄내를 맡습니다.
점점 주위를 둘러싸는 새카만 연기와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
당신은 생각하기 싫어도 단번에 깨달아 버립니다. 다시, 죽음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순식간에 몸집을 키운 불길이 뜨겁습니다.
연기로 가득 차 주변은커녕 앞조차 보이지 않고, 부족해져가는 공기에 숨을 가누기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다리, 팔, 온몸을 덮쳐가며 타오르는 불에 의식이 꺼지기 직전,
1월 19일, 음성 메시지 1건.
떨어진 수화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이 사랑이 너를 죽였어, 알버트…….]
우직, 선명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
…
두 눈을 깜빡이며 알버트는 천천히 눈을 떠냅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불길도, 탄내도, 전부 꿈이었던 것 처럼 몸은 멀쩡합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버릇처럼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6시. ……일어나는 시간이 더 늦춰졌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툭,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것은 사선으로 선명히 금이 간 손거울이네요. 이전보다 더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이젠 익숙해진 것만 같은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Rrrrrrrr.
알버트 A. 윌프레드: (전화기를 받는다. 그리고)끊으면 죽어버릴거야.
알버트, 듣기 판정해주세요.
알버트 A. 윌프레드:
Value: | 50/25/10 |
Rolled: | 24 |
Result: | Hard |
이번에도 당신이 역시나 목소리를 내는 순간 칼같이 끊어졌습니다만,
당신은 전화가 끊기기 직전, 억눌린 울음소리 같은 것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 하자 기다렸다는 듯 차가운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3건 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확인해보자.)
CHEI (GM): 1월 17일, 음성 메시지 3건.
1월 17일, 음성 메시지 3건.
[이젠 내가 널 만나는 것마저 네 죽음의 이유가 될지도 몰라. 그런 거라면…… 글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버트 윌프레드, 이게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니 한 번만 …만나러 가게 해줘.]
[……보고 싶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메세지는 이게 끝인가?)
끝입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에게 전화하자.)
전화는 이번에도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만나면 핸드폰 부숴버려야지. 미술관으로 가보자.)
집밖으로 나서자 벌써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을 아래……
굳이 미술관까지 가지 않아도 만나려던 사람이 보이네요.
꽤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입니다만.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라이오넬이네요. 정말 놀랍게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일어나.
그는 상당히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당신을 쳐다보았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하여튼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니지.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똥멍청이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구질하게 말 안 하던 이유가 그거였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할 말이 있어서.
알버트 A. 윌프레드: 뭔데. 핸드폰 내놓고 얘기해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전화는 왜.
알버트 A. 윌프레드: 안받을거 쓸모 없는 것 같아서 부숴주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알버트 A. 윌프레드: 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힘빠진 얼굴로 웃는다.)
알버트 A. 윌프레드: 할 말이 뭔데 그렇게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가 말해달라고 했던 거.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알버트 A. 윌프레드: 일기는 다 들었는데 더 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조금.
알버트 A. 윌프레드: (한숨을 쉬고 벽에 몸을 기댔다.)그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부터 말해야 할까. ……꼭 고해성사라도 하는 기분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글쎄.
내가 죽은건 알고, 나 보고 싶었더니 내가 살았는데 계속 죽는 것도 알고, 내가 징글하게 말 해달라고 매달렸더니 끝까지 입 다물면서 혼자 전화로 말한 것도 알고.
또, 뭐가 있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화났냐?
알버트 A. 윌프레드: 엄청.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렇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알았더라면 그런 말은 안 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웃는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서, 더 뭐가 있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가 죽었어,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서 널 살리기 위해서, 세계를 제물로 바쳐 거래를 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서 네가 알던 세계는 이미 폐허가 됐지. 내 탓에.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데 내가 계속 죽는다 이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들어 봐.
알버트 A. 윌프레드: 알았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인간은 세계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해. 그건 너나 나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까…… 시공간을 받았어. 영원한 시공간. 그럴 수 있었어.
하지만 만들어진 세계에는 한 가지 결함이 있었고 너는 계속 죽었어. 내 탓에. ……내가 너를 사랑하면 너는 죽었거든.
알버트 A. 윌프레드: ….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더 있을 것 같은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그리고 이 세계도 내일이면 끝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네가 나를 사랑하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루프에 오류가 생겨서. (정정해줌;)
알버트 A. 윌프레드: 아.(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망하는거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느 귀족이 너처럼 말을 할까.
알버트 A. 윌프레드: 괴짜 남작이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짧게 한숨을 뱉는다.) 그래도 괜찮아. 방법은 있어, 알버트. 네 바람 정돈 이룰 수 있겠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별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알버트 A. 윌프레드: 왠지 날 살리는 쪽 같아서. 아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리고 너는 죽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 말 안 했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왠지 그럴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틀렸으면 정정해주면 되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소설만 보다가 헛된 생각만 늘었구나,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우리 상황 자체가 소설인데, 뭐.
그래서 어떻게 이뤄줄건데?
어떤 소원을, 어떻게. 숨김없이 다 말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너 정말 성격 나쁘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만 할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나보다 더.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도 좋아하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뻔뻔해졌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런 뻔뻔함 없이 어떻게 매번 초면인척 하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하긴.
알버트 A. 윌프레드: 빨리 말 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거울을 가져와. 내일, 이라기보단 다시 눈을 뜨게 되면. 매번 만났던 곳으로.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뭐, 어떻게든.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왜.
알버트 A. 윌프레드: 대답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무슨 대답?
알버트 A. 윌프레드: 어떻게 되는거냐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가 매번 죽지 않아도 되겠지.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궁금한 게 많구나,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땠으면 좋겠어?
알버트 A. 윌프레드: 살면 좋겠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흠.
남작님 소원은 그거군.
알버트 A. 윌프레드: 근데 왠지 안될 것 같아.
그리고 남작님이라고 부르지마.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남작님’이잖아? ‘남작님’.
알버트 A. 윌프레드: 성격 나쁜 사람이 누군지.
우리 둘 다 사는건 안되잖아, 맞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극단적인 생각만 하는구나,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리고 넌 계속 대답을 회피하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랬던가?
알버트 A. 윌프레드: 지금도 그러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착각이겠지.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럼 대답해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그런 것보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는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이게 더 중요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듣고 생각해.
알버트 A. 윌프레드: 내가 좋아하니까 봐준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왜?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야.
그럼…… 내일 또 만나자.
알버트 A. 윌프레드: 라이오넬.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사랑해,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야.
그 순간, 저 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빛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전부 알아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 사랑이 당신을 죽였고, 이번에도 당신은 그 사랑에 의해 죽으리라는 것을.
모든 것을 깨달은 당신은 그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직, 무언가가 조각 나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
…
두 눈을 깜빡이며 알버트는 천천히 눈을 떠냅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창밖은 이미 새카맣습니다.
당신은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10시.
창문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괴로울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을 비춥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워보면 그것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손거울입니다.
알버트는 어떻게 할까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손거울을 만지작거리다 마지막으로, 너에게 전화를 한다.)
잠시 신호가 갑니다.
달칵,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립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다행이야. 이번에도 안 받았으면 못 부수러 가거든.
말은 없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난 안 갈거야.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쩌면 이게 가장 편안한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내가 원한 것일 수도 있고.
…알버트.
하는 소리가 들리네요.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아, 나도 사랑해. 최근에는 계속 못 해준 것 같네.
그는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기다릴게.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깁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끝까지 너는 나에게 닿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그동안 껍질 안에서 숨어 안 나왔던 삶의 대가라면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치룰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로 향한다.)
알버트 윌프레드는 익숙하게 죽음을 떨쳐내고 외출 준비를 한 채 밖으로 나섭니다.
이제는 외울 정도로 익숙한 길을 걷습니다. 길을 헤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당신은 문득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을 떠올립니다. 익숙한 이름의 남자.
‘이번’의 첫 만남…… 아니, 재회군요. 재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위의 생각을 잠시 떠올리다가 당신은 문득 떠올렸습니다.
생각해보면 시간을 되돌려 다시 처음 만나는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왔습니다.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게 아니네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두 사람은 어떻게든 서로 사랑했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마치 폐허가 된 듯 삭막하기만 합니다. 새카만 하늘에 별도 하나 없이 오직 둥근 달만이 앞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익숙한 장소에는 그 장소보다도 익숙한 남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너 진짜 나빠. 알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보고 싶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래서 너를 사랑한건 후회 안 해.
내가 너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죽어도 네가 보고 싶어서 꾸역꾸역 간건 나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건 가정이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알버트 A. 윌프레드: 글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일어난 일은 내가 만들었고.
알버트 A. 윌프레드: 어딘가의 세상에서는 내가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지.
그곳의 나는 너와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고 확신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흠, 네가 그렇게 행동력이 넘치는 인간이었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사람은 죽을 때 되면 바뀐대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아직 죽으려면 멀었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글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넌 정말 내 말을 조금도 안 듣는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마찬가지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흠, 설마.
알버트 A. 윌프레드: 공통점 찾았네. 징그럽게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남작님 말을 나만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어딨다고.
알버트 A. 윌프레드: 하하, 그랬다면 다 때려치고 데이트나 하러 가자고 했을 내 말을 들었어야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데이트하고 싶었어? 이런.
알버트 A. 윌프레드: 누구 씨가 워낙 내 말을 안 들어서 말야?
완전 자기 멋대로에, 삽질만 하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줄 알면서 내 마음 하나 모르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삽질 하는 것도 똑같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너에 비유하지 마……. 모욕적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름 '이 세계'에선 열심히 살았는데?
널 만나러 꼬박 출석도 했다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수업은 하나도 안 듣고 말이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안 들어도 잘하니까 상관없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참 오래도 함께 있었군.
알버트 A. 윌프레드: 덕분에 행복했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더 행복할 수 있어,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무리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알버트 A. 윌프레드: 아, 나는 의사 선생님 말은 죽어도 안 듣거든.
…애초에 행복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행복하란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건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냐.
알버트 A. 윌프레드: 너는 똑똑하지만 절망을 몰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럴지도 모르지.
알버트 A. 윌프레드: 다시 생각해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뭘?
알버트 A. 윌프레드: 나만 살고 싶지 않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나도 그랬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번에는 내 차례라는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는데,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런 의미가 아냐.
다만…, 벌써부터 괴로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미안해.
알버트 A. 윌프레드: …….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널 다시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알버트 A. 윌프레드: 널 보러 간건 나야.
널 사랑한 것도 나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저 웃는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죽은 내가 나쁘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그만하자.
거울은?
알버트 A. 윌프레드: ……가져왔어.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것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이 세계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내가 알던 열등생이 아닌 것 같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거울이 거의 박살났는데 네가 이 세계가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모를리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 윌프레드라면 몰라도 이상하진 않지.
알버트 A. 윌프레드: 어쩌다 사랑한거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누굴? 널?
알버트 A. 윌프레드: 내가 널.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글쎄.
알버트 A. 윌프레드: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 굳이 알려고 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알버트 A. 윌프레드: 이렇게 자기 멋대로인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건 영광이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살면 제대로 된 신을 만나길 바래야지.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결국 신을 찾게 되는군.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희미하게 웃는다.)
알버트 A. 윌프레드: 걱정마. 난 운이 좋으니 잘 만날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그래. 잘 해봐.
알버트 A. 윌프레드: 매번 기다리라고 하는 것 같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잠깐 말이 없었다.) 아무튼.
그 거울을 유지하려면 사람을 가둬야 해, 알버트. 거울에 누군가 갇히면 두 번 다시 루프 키워드가 작동할 일도 없겠지. 그리고 세계는 유지돼. 영원히 평안히 살 수 있어.
쓰는 방법도 간단하지. 달빛을 반사 시켜서 가둘 상대를 비추기만 하면 되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다행이군. 윌프레드 남작님은 약골이라 몸을 움직이는 거였으면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알버트 A. 윌프레드: 차라리 힘 쓰는 일이었다면 좋았을지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힘도 없는 게.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러면 네가 할거잖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흠.
알버트 A. 윌프레드: 아냐, 아니다.
두 번 괴롭게 할 순 없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알버트 A. 윌프레드: 마지막으로 더 얘기해줘.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뭐가 듣고 싶은데?
알버트 A. 윌프레드: 사랑한다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
널 죽였던 말인데 비위도 좋구나.
알버트 A. 윌프레드: (웃었다.) 사랑은 혼자 해서는 이루어지지않아.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네 말은 대부분 틀려먹었지만 이 말은 맞는 것 같군. 너는 왜 나를 사랑했을까.
알버트 A. 윌프레드: 이전에도 말했지만 대단하니까.
내일을 기다리게 해준 사람이니까.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런 걸 보통 콩깍지라고 해, 알버트. 좀 더 제대로 된 사람을 사랑하도록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심장이 안 좋아서 한 사람만 들여놓을 수 있다네.
유감이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어이가 없군.
알버트 A. 윌프레드: 억울하면 와서 심장 고쳐주던가.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언젠가 그러고 싶었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럴 수 있도록 할거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저 웃는다.)
사랑해.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나도 사랑해.
…이제. ……하면 돼?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그래.
알버트 A. 윌프레드: 내일을 기다릴게.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들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차라리 내가 사라진다면 좋을테지만. 이미 수없이 내가 없는 세상에 놓였을 네게 못 할 짓이라. 달빛을 반사시켜 너를 비추었다.)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알버트.
알버트 A. 윌프레드: 응.
라이오넬 이스터브룩: 가장 행복할 때 죽도록 해.
알버트 A. 윌프레드: ……그럴게.
당신은 거울로 라이오넬에게 달빛을 비추었습니다.
그를 향한 달빛이 아스라이 흔들립니다.
곧 빛은 라이오넬의 몸을 감싸고,
라이오넬의 모습이 점점 흐려집니다.
그의 형상이 서서이 바스라지며 마지막 순간 라이오넬이 당신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잘있어, 알버트.”
“너를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러나 그의 손은 당신에게 닿지 않습니다.
대신 완전히 모습이 사라져 거울 안으로 빨려 들어가네요.
그 순간 달빛이 환하게 퍼집니다.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찬란한 빛에
당신은 눈을 감았습니다.
…~
…
두 눈을 깜빡이며 알버트는 천천히 눈을 떠냅니다.
보이는 풍경은 평소와 똑같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바스러졌던 라이오넬의 모습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환하게 빛나던 달빛도, 전부 꿈인 것처럼.
라이오넬과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입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손에는 처음처럼 매끈하고 깨끗한 거울이 쥐여져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거울 표면에 상사화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는 것.
당신은 무언가의 감정을 안고 매번 그를 만났던 장소로 발을 옮깁니다.
이제는 외울 정도로 익숙한 길을 걷습니다. 길을 헤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죠.
당신은 문득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을 떠올립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자 당신을 사랑한 사람.
‘이번’ 첫 만남은 이루어질까,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도착한 익숙한 강의실에 라이오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십 명이 당신을 스쳐 지나가고, 쉼 없이 시간이 흐르는 그곳에, 라이오넬은 없습니다. 라이오넬의 시간만이 흐르지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며 석양이 지고, 달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당신은 깨닫습니다.
CHEI (GM): 이제 영원한 사랑을 반복할 일은 없다고,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일도, 똑같은 죽음을 반복할 일도,
이제 영원한 사랑을 반복할 일은 없다고,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일도, 똑같은 죽음을 반복할 일도,
그리고,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의 원인, 당신의 모든 시간들의 이유,
라이오넬 이스터브룩을, 다시 만날 일도 없다고.
……어디선가, 이제는 들릴 리 없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같습니다.
~너 때문에 살았다고, 끝없이 미뤄둔 말들이 있었다고.~
Best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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